[구미뉴스]=독립운동가인 운파(雲坡) 최관호(崔觀浩, 1905∼1946) 선생 서거 71주년을 추모하는 행사가 17일(화) 오전11시, 구미시 해평면 해평리 436-2번지에서 열렸다.
서거 71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추모제는 운파 최관호선생 추모 사업회, 해평면 노인회. 해평리 노인회, 전주최씨 인재공파 해평문중이 주최한 가운데 그의 업적을 기렸다.
운파 최관호는 16세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로 일선지(一善誌)를 저술하신 인재(訒齋) 선생 최현(崔晛)의 13세 주손(冑孫)으로 태어나 약관 20대 초반인 1925년 구산구락부(龜山俱樂部) 창립을 시작으로 구미 선산의 청년운동과 지역사회의 진보를 이끌면서 일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하였다.
그는 1927년 신간회 선산지회 창립을 지원하였고, 1927년 말, 중국으로 망명하여 북경대학에서 잠시 수학하였으며, 1929년 만주의 북방 하얼빈에서 사재를 들여 만몽일보(滿蒙日報)를 발간하면서 신문을 바탕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던 중 1930년 8월 대구 조선은행폭탄의거의 주역 장진홍(張鎭弘, 1895~1930) 선생이 옥중에서 자결하자 만몽일보에 중한 양국의 공동항일전선 구축을 촉구하는 “민족이여 각성하라”는 사설을 게재하였다. 이 사설로 인하여 그는 일제 경찰에 의해 하얼빈에서 피검되어, 국내로 강제송환된 후 옥고를 치렀다.
석방된 뒤에도 선생은 1931년 해평수리조합 반대운동의 중심에 서서 끝내 이를 저지하였고, 농민의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해평소비조합에 참여하는 등 1930년대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최세훈 전주최씨 인재공파 문회 유종대표 |
일제강점기 때 국내에서 결성된 최대의 항일조직인 신간회가 해산되자 1931년 대부분 신간회의 지역간부로 활동하던 경상북도 내의 기자들로 결성된 ‘보도협조망’에 선산군 대표로 참여하였고, 1934년부터 동아일보 선산지국의 기자로 활동하였다.
1944년 서울에서 여운형(呂運亨, 1886~1947), 안재홍(安在鴻, 1891∼1965) 등에 의하여 비밀리에 건국동맹 결성이 추진되자 경북에서도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 1879∼1962)선생을 중심으로 연계조직이 결성되었는데, 최관호는 이에 참석하였다. 건국동맹 결성이 드러나면서 심산 김창숙 선생을 비롯한 관련자들과 함께 1945년 8월 7일 왜관경찰서에 피검되어 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었으나 정국은 좌우의 극단적인 이념대립과 민생파탄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었다. 최관호는 해방정국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하여 노력하던 중 1946년 10월 16일 군인들에 의하여 강제연행 되었고, 다음날 오전 해평지서 앞 농창(農倉)에서 재판 없이 즉결처분되었다.
최관호가 처형된지 1시간도 안되어 당시 수도경찰청장 장택상(張澤相, 1893∼1969)으로부터 그를 즉각 석방하라는 급한 연락이 있었으나 이미 사태가 끝난 뒤였다.
▶김종길 유족(지방분권운동 구미본부 공동대표) |
추모사
인재(訒齋) 최현(崔晛, 1563∼1640) 선생의 가사문학시비가 세워진 이 언덕 맞은편에 운파 최관호 선생의 묘소가 있습니다. 그 뒷편에는 그가 생전에 바라보았던 베틀산과 도리사가 있는 냉산이 아늑하게 그의 묘소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곳의 서편에는 도리사에서 바라볼때 제일 수려한 낙동강 경치라고 유홍준 선생이 그토록 예찬했던 보천탄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으며, 영남 8경의 하나라고 평가받는 금오산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운파 최관호 선생은 인재(訒齋)선생의 13세 주손(冑孫)으로 강도 일본에 의해 을사늑약(乙巳勒約)이 체결되던 해인 1905년 8월 19일 장천면 상림에서 고고(呱呱)의 성을 지르며 탄생하였습니다.
선생은 아버지 최종익(崔鍾翼)과 어머니 한산이씨(韓山李氏)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본관은 전주. 자(字)는 섭(涉)이고, 운파는 그의 자호(自號)입니다.
1927년 중국으로 망명한 운파 최관호는 이역만리 중국의 하얼빈에서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면서 신문을 발간하고 이를 통하여 한중양국의 단결을 호소하고 독립을 향한 민족정신을 고취하는 민족각성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1930년 장진홍 선생의 죽음에 자극받아 “민족이여 각성하라!!!”는 사설을 쓰고, 일제 경찰에 의해 구검되어 국내로 송환되고, 장기간 옥고를 치렀습니다.
1930년 국내로 송환된 이후에도 신간회선산지회와 경북의 언론인들로 구성된 보도협조망에 참가하면서 구미와 선산이라는 완고하고 척박한 환경 아래에서도 구미의 청년운동과 농민운동을 전면에서 이끌었고, 금오산 수리조합과 해평수리조합 반대운동, 구미면·선산면·해평면·장천면의 소비조합운동, 전기료 인하, 기근구제운동, 김천고보 설립 지원, 야학운동, 형평운동(衡平運動) 지원,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과 소년운동 지원, 중국이주동포 옹호, 브나로드운동 지원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지역의 독립운동과 근대화를 촉진하였습니다.
1944년 몽양 여운형 선생과 심산 김창숙 선생이 주도한 건국동맹과 건국준비위원회에 참가하였고, 이후 좌우합작운동, 남북단일정부운동, 선산 민주주의민족전선에서 활동하는 등 일생을 독립운동과 해방된 조국의 건국과정에 헌신하였습니다.
1946년 10월 17일 “10월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와중에 미군정 치하의 공권력에 의하여 희생되었습니다. 재판 없는 즉결처분은 당시 해평지서 앞 농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생은 억울하게 희생되었고, 그날 이후 70년 동안 묻혀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이 그 날의 일을 알고, 땅이 그 날의 희생을 전했습니다. 보천탄이 그날의 신음을 들었고, 금오산과 베틀산과 냉산이 그날의 비극을 내려다 보았으며, 나무도 풀도 수많은 증언자들이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 모두가 그 날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운파선생이시여, 지금 우리는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는 보편적인 사회현상이 되었고, 소외된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차 있습니다. 농촌은 비어가고, 마을은 사라지고 있으며, 노인자살과 고독사, 정신질환이 만연한 시대를 경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파 선생의 뜻을 이어 이러한 현실을 바꾸는 국가대개조운동에 나서려합니다. 선생의 독립운동과 건국운동도 그렇지만 오늘 우리가 이루고자하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운파선생이시여, 오늘 우리에게 힘을 주소서.
심산 선생이시여, 몽양선생이시여, 석우선생이시여, 박상희 선생이시여, 함께 흠향하소서.
아!! 운파선생이시여 피안의 그 세계에서 부디 영원한 복락을 누리소서.
우리는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가려고 합니다. 운파선생이시여, 우리에게 힘을 주소서.
운파 선생 서거후 71년
2017년 10월 17일
운파 최관호 선생 71주기 추모제 참가자 일동
후배 김종길 쓰고 읽음
▶운파 최관호 선생의 경력
➀ 1905년에 출생
➁ 1925년 말 구산구락부(龜山俱樂部) 창립을 시작으로 구미 선산지역의 청년운동을 개척함
➂ 1927년 10월 신간회 선산지회 창립에 참여함
➃ 1927년 말 중국으로 망명하여 북경대학에서 일시 수학함
➄ 1929년 초 중국의 하얼빈에서 만몽일보(滿蒙日報)를 창간하고 사장에 취임
➅ 1930년 8월 대구 조선은행폭탄의거의 주역 장진홍 선생이 옥중에서 자결하자 만몽일보에 “민족이여 각성하라”는 사설을 게재하고 이를 배포하였다가 일본경찰에 피검되었으며, 국내로 강제송환된 후 옥고를 치름
➆ 1931년 이육사(李陸史) 등 경북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과 함께 보도협조망을 운영
➇ 1934년 5월 동아일보 선산지국 기자로 취임하여 활동함
➈ 1930년대 중반 이후 여러 차례 피검과 가택연금을 당하였음
➉ 1944년 결성된 건국동맹에 가입 활동하다가 1945년 8월 7일 왜관경찰서에 피검되어 8월 16일 석방됨
⑪ 1946년 10월 17일 해평지서 앞 농창(農倉)에서 재판 없이 즉결처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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