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뉴스]=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가진 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관심과 애정을 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이나 비난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자녀들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닮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 도대체 왜 닮아가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 아버지는 중요하다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은 도시로 몰렸고 핵가족을 이루었다. 이전에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가족이 대부분이어서 육아와 가사, 노동이 가족 공동의 책임이었다. 도시의 핵가족화는 부득이하게 남편에게는 생계 부양, 아내에게는 가사와 육아를 전담시켰고, 따라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아빠가 아닌 엄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시작된 아빠 양육 연구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자녀에게 미치는 아빠와 엄마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아빠의 영향이 엄마의 영향 이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지능과 학업 성적, 사회성과 정신 건강, 비행과 약물 사용 여부 등 수많은 영역에서 아빠의 영향이 더 컸다. 이를 가리켜 학자들은 ‘아빠 효과(Father Effect)’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닮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아버지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기 위해 굳이 연구 논문을 볼 필요는 없다. 우리 자신이나 주변 사람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1
민석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기억이 많지 않다. 일 때문에 바쁘기도 했지만, 바쁘지 않은 날 함께 지내더라도 처음에는 즐겁게 놀다가 금세 피곤해했다. 민석 씨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아버지처럼 주변 사람에게 무심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된 후 절친한 친구나 애인에게 민석 씨는 매우 다정하게 대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기대만큼 반응하지 않으면 쉽게 지쳤고, 사람들이 싫어졌다. 그래서 헤어지거나 잠시라도 연락을 끊고 지냈다. 이럴 때마다 자신에게서 아버지의 무심했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하다.
#2
세 살 남자아이의 엄마인 은영 씨는 아버지로부터 엄청난 많은 비난을 듣고 살았다. ‘꼼꼼하지 못하다’, ‘예의가 없다’, ‘남에게 피해를 준다’, ‘공부는 안 한다’는 등 아버지는 툭 하면 화냈다. 이 때문에 은영 씨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기 위해 화내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남자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화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참고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물을 엎질렀고, 순간 솟구치는 화를 참을 수 없어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 은영 씨는 자신이 아버지처럼 살게 될 것 같아 두렵다.
▶ 정말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면
많은 자녀들이 아버지의 싫은 모습을 닮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아버지를 외면한다. 아버지가 실패했던 원인과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무턱대고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결심만 한 채 무조건 아버지와 반대로 한다. 그러나 어린 자녀 입장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에 반대로 행동한다고,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행동했지만 결과는 동일하다.
제대로 된 반성 없이는 극복할 수 없다. 아버지도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아버지 역시 할아버지로부터 좋은 아버지 역할을 배우지 못했을 수도, 먹고 사는 일 때문에 너무 힘들었기 때문일 수도, 부부 관계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버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는 아버지를 넘어설 수 없다. 게다가 아버지의 유전자 덕분에 타고난 기질이 매우 비슷하다. 기질이 비슷한 아버지가 보여준 삶의 방식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각인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면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은 아버지와 마주 앉아서 대화를 나누자. 아버지가 왜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어린 자녀의 관점이 아니라 성인의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이렇게 아버지와 마주 앉다보면 아버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방법을 찾게 될 뿐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였던 아버지와의 불통(不通)을 해결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통(疏通)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17년 4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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